《좋아하면 울리는》은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감성 SF 청춘 드라마로, ‘좋아하면 울리는’이라는 가상의 앱을 통해 감정이 시각화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원작 웹툰의 설정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영상적 연출과 현실적 심리 묘사를 결합하여, 인간관계와 감정 표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 감정의 진정성, 표현 방식, 기술 사회의 윤리까지 포함한 입체적 서사가 돋보인다.
세계관
드라마의 가장 독특한 설정은 ‘좋아하면 울리는’ 앱이다. 반경 10미터 이내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면 앱이 울린다는 이 가상 기술은, 인간의 감정을 수치화하고 시각화하며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고백, 호감, 연애의 주도권이 감정 표현보다 앱의 울림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는, 감정 표현의 자동화이자 감정 공개의 강제화를 의미한다.
이 세계에서 감정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타인에게 드러나는 ‘신호’로 바뀐다. 이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 보이는 감정과 숨겨진 감정 간의 괴리감을 만들어낸다. 앱이 울리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울리면 반드시 좋아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이분법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혼란을 겪는다.
이 설정은 단순한 기술 SF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감정 소비 방식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더 이상 주관적인 고백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판별되는 현실 속에서, 진심은 앱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울림이 없더라도, 감정은 존재한다는 역설이 작품 전반에 녹아 있다.
심리 묘사
《좋아하면 울리는》이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서는 이유는, 감정을 단선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하나의 흐름이 아닌, 다양한 복합 감정들—불안, 죄책감, 회피, 연민, 집착—과 함께 보여준다. 이 감정선은 캐릭터의 말보다 행동, 행동보다 침묵으로 전달되며, 감정 묘사의 깊이를 높인다.
조조는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감정을 차단하고, 선오는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지만 내면의 불안정함이 존재하며, 혜영은 표현보다는 배려와 기다림을 선택한다. 이 각기 다른 감정 대응 방식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다층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로 하여금 한 인물에 쉽게 몰입하기보다 모두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든다.
특히 조조의 ‘차단기’ 사용은 감정 표현의 선택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앱이라는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사회에서, 감정을 숨기려는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회피가 아닌 ‘감정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윤리적 주제를 반영한다. 드라마는 이처럼 감정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감정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게 만든다.
기술 윤리
‘좋아하면 울리는’ 앱은 기술이 감정의 진실성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감정이 울림으로 표출되면, 그 감정은 진짜일까? 아니면 앱이 울리지 않는 감정은 가짜일까? 이 질문은 드라마 내내 다양한 사건과 인물의 선택을 통해 반복된다.
선오는 늘 울리지만 관계는 흔들리고, 혜영은 조용히 사랑하지만 앱은 잘 울리지 않는다. 조조는 스스로 감정을 차단하면서도 사랑하고, 동시에 사랑받고 싶어 한다. 이 불일치와 모순은 기술이 감정을 정의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구조다. 앱은 단지 반응일 뿐이며, 감정의 본질은 여전히 개인의 내면에 있다는 주제를 강조한다.
이처럼 드라마는 기술적 설정을 통해 오히려 인간성의 깊이에 다가간다. 진심이란 무엇인지, 표현하지 않아도 감정이 존재할 수 있는지, 타인이 감정을 해석하는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는다. 앱은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감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난다.
더 나아가 이는 오늘날 SNS와 감정 표현 방식에도 적용되는 함의를 담고 있다. '좋아요'나 반응 하나로 감정이 판단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심을 오해하고 있는가. 《좋아하면 울리는》은 이 지점을 조용히 파고들며, 청춘뿐 아니라 현대 사회 전반의 소통 방식까지 성찰하게 만든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청춘의 감정과 인간관계, 기술 윤리라는 복합적인 테마를 하나의 세계관에 녹여낸 독창적인 드라마다. 감정을 시각화하면서도, 그 감정의 진위를 되묻는 구조는 시청자에게 깊은 몰입과 사유를 동시에 제공한다. 울림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진짜 감정은 그 이후에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조용히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