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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스테이트 연출 변화, 소녀 서사, AI 주제

by luminomad 2025. 4. 12.

일렉트릭 스테이트 연출 변화, 소녀 서사, AI 주제
일렉트릭 스테이트 연출 변화, 소녀 서사, AI 주제

 

《일렉트릭 스테이트 (The Electric State)》는 넷플릭스를 통해 2024년 공개될 예정인 SF 어드벤처 영화로, 종말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소녀와 로봇의 여정을 감성적으로 그려낸다. 사이먼 스탈렌하그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며, 루소 형제가 감독을 맡고 밀리 보비 브라운, 크리스 프랫이 주연을 맡았다. 시각적 웅장함보다 감정의 잔상에 집중한 작품으로, 기존 SF 영화와는 결이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연출 변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루소 형제의 연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에서 압도적 스케일과 전투 장면을 통해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그들이 이번엔 ‘조용한 SF’를 선택했다. 초대형 블록버스터에서 감정 중심의 서사로 옮겨간 이 변화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감정을 건드리는 연출이 중심이 되는 이번 작품은, 과잉된 CG보다는 절제된 카메라, 과묵한 인물, 비워진 공간을 통해 상실감과 정서를 표현한다. 색감과 미장센은 1980년대 레트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감성적 공허함을 전달하며,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처럼 정돈되어 있다.

특히 전작에서 루소 형제가 보여준 갈등 구조의 전면화보다는, 이번엔 감정을 내면에 숨기고 천천히 쌓아가는 방식이다. 액션을 기반으로 하던 감독들이 캐릭터 중심 서사로 전환하며, 영화 전체는 사유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연출 기법의 차이가 아니라, ‘SF의 새로운 언어’를 모색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장르의 외형을 갖췄지만, 정서는 다분히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소녀 서사

영화의 중심에는 밀리 보비 브라운이 연기하는 소녀 ‘미셸’이 있다. 그녀는 무너진 미국을 배경으로, 실종된 오빠를 찾기 위해 감정을 가진 로봇과 함께 여정을 떠난다. 이 디스토피아의 한복판에서, 미셸은 전통적인 영웅 서사가 아닌, 상실과 정서적 회복의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간다.

이전 SF에서 여성은 종종 조력자 거나 희생의 서사 안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미셸은 능동적인 선택을 내리는 주체다. 총을 들거나 거대한 적과 맞서 싸우기보다, 인간적인 연대, 기억, 정서적 유대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녀의 ‘약함’은 곧 인간성의 회복을 상징한다.

밀리 보비 브라운은 《기묘한 이야기》에서 보여준 초능력 소녀의 이미지와는 다른, 더욱 현실적인 감정을 이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서, 그녀는 극의 중심축이자 메시지의 통로가 된다.

결국 이 영화의 ‘디스토피아’는 외적 배경이 아니라, 인물 내면의 고독과 공허를 상징한다. 소녀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소녀가 인간성과 감정을 지켜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매우 감성적인 성장담으로 완성된다.

AI 주제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세계관은 인공지능 전쟁 이후 붕괴된 사회를 전제로 한다. 로봇과 인간은 공존하지 못했고, 도시는 버려졌으며, 감정을 가진 기계는 실험적 존재로 남았다. 이러한 배경은 단순한 SF 장치가 아니라, ‘기술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셸과 함께 여행하는 로봇 ‘스킵’은 단순히 인간을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보다 더 충실하게 감정을 교류하고, 보호하며, 상실의 고통을 느끼는 존재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조용히 되묻는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AI를 경계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봇은 위협이 아닌 위로이며, 진화의 산물로서 감정까지 흡수한 새로운 존재다. 이로써 관객은 질문하게 된다. 우리가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어야만 가능한가?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관계 안에 존재하는 모호함, 애틋함, 선택의 순간을 보여주며 감정적으로 접근한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기술적 미래보다, 감정의 미래에 더 큰 관심을 가진 작품이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블록버스터 SF와 감성 드라마의 경계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완성한 작품이다. 루소 형제의 연출 변화, 소녀의 정서적 서사, 그리고 AI와 인간 사이의 복잡한 감정 관계를 통해 이 영화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철학적 질문과 감정적 여운을 함께 남긴다.